취업난에 시달리던 평범한 대학 졸업생이 '고수익 해외 취업'이라는 달콤한 유혹에 속아 캄보디아로 떠났다가 겪게 된 참혹한 현실과 무너져버린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이 이야기는 단순한 소설이 아닌,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일어나고 있는 비극적인 실화들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경고의 메시지입니다.
합격 문자 없는 겨울, 그리고 악마의 속삭임
지방 국립대를 졸업한 27세 청년 민수 씨의 하루는 구직 사이트 새로고침으로 시작해서 자괴감으로 끝이 났습니다. 토익 점수를 올리고 자격증을 세 개나 더 땄지만, 서류 전형 통과조차 하늘의 별 따기였습니다.
졸업 후 1년이 지나자 "아직도 노니?"라는 친척들의 말은 비수가 되어 가슴에 꽂혔고, 묵묵히 뒷바라지해주시는 부모님의 굽은 등을 볼 때마다 죄인이라도 된 듯 고개를 들 수 없었습니다.
학자금 대출 이자 납부일이 다가오던 어느 늦은 밤, 민수 씨는 습관처럼 스마트폰으로 구인 구직 커뮤니티를 뒤적이고 있었습니다. 그때, 화려한 배너 하나가 그의 눈을 사로잡았습니다.
[긴급 채용] 해외(동남아) 온라인 마케팅 관리직 모집
월 기본급 500만 원 + 인센티브 별도 (월 1,000만 원 가능)
왕복 항공권, 최고급 숙소 제공, 식사 제공
초보 가능, 한국어 능통자 우대, 가족 같은 분위기
평소라면 '말도 안 된다'며 넘겼을 광고였지만, 벼랑 끝에 몰린 민수 씨에게는 동아줄처럼 보였고, 그는 홀린 듯 텔레그램 아이디로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상담원 '김 실장'은 너무나 친절했습니다. 그는
"불법적인 일은 절대 아니다. 한국 기업이 캄보디아에 진출해서 운영하는 암호화폐 거래소 고객 센터다. 세금 문제 때문에 현지에서 운영하는 것뿐이다"
라고 민수 씨를 안심시켰습니다.
면접은 간단한 보이스톡으로 끝났습니다.
"목소리가 신뢰감이 있네요. 바로 합격입니다. 다음 주 출국 가능하시죠?"
그토록 듣고 싶었던 '합격'이라는 두 글자. 민수 씨는 부모님께는 "해외 무역 회사에 인턴으로 취직했다"는 거짓말을 남기고, 설레는 마음으로 인천공항으로 향했습니다.
그것이 지옥으로 가는 급행열차 티켓인 줄은 꿈에도 모른 채 말입니다.
낯선 땅, 그리고 닫혀버린 철문
프놈펜 공항에 도착하자 습한 열기가 훅 끼쳐왔습니다. 픽업을 나온다는 직원은 험상궂은 인상의 현지인과 한국인 남성 한 명이었습니다.
민수 씨가 "회사로 바로 가나요?"라고 묻자, 한국인 남성은 짧게 "네, 좀 멉니다"라고만 답하고는 창밖을 가리기 위해 선팅이 짙게 된 승합차에 그를 태웠습니다.
차는 포장된 도로를 지나 점점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로 들어섰습니다. 4시간, 아니 5시간쯤 달렸을까요. 창밖으로 보이던 풍경은 도시에서 정글로, 다시 황량한 카지노 단지로 변해갔습니다. 도착한 곳은 시하누크빌 외곽, 높은 담장에 철조망이 쳐져 있고 무장 경비원이 지키고 있는 거대한 건물 앞이었습니다.
"여기가 회사인가요?"
민수 씨가 불안함을 감지하고 물었지만, 차 문이 열리자마자 건장한 남성들이 그를 강제로 끌어내렸습니다.
"여권 내놔."
한국인 관리자는 민수 씨의 여권과 스마트폰을 순식간에 낚아챘습니다.
"돌려주세요! 집에 갈래요!"
민수 씨가 저항하자 무자비한 주먹이 날아왔습니다. 배를 걷어차이고 바닥에 뒹구는 민수 씨에게 관리자가 차갑게 뱉었습니다.
"네가 여기 오는데 든 비행기 값, 수수료, 숙박비 다 합쳐서 3천만 원이다. 그거 다 갚기 전엔 여기 못 나간다. 도망치다 걸리면 그땐 다리 하나로 안 끝난다."
돼지 도살, 피 말리는 사기 행각의 실체
민수 씨가 끌려간 곳은 소위 '돼지 도살(Pig Butchering)'이라 불리는 로맨스 스캠 범죄 조직의 소굴이었습니다. 수백 대의 컴퓨터가 놓인 강당 같은 사무실에는 민수 씨처럼 속아서 끌려온 수십 명의 한국인 청년들이 퀭한 눈으로 모니터를 바라보며 타자를 치고 있었습니다.
그들에게 주어진 업무는 마케팅이 아니었습니다. 가짜 프로필 사진을 내걸고 SNS에서 이성에게 접근해 호감을 산 뒤, 가짜 암호화폐 사이트에 투자하게 만드는 사기였습니다.
"사랑해, 자기야. 우리 미래를 위해서 여기에 투자하자."
민수 씨는 낯뜨거운 대본을 복사해서 붙여넣으며, 한국에 있는 누군가의 소중한 자산을 훔쳐야 했습니다.
하루 15시간의 강제 노동. 화장실도 허락을 받고 가야 했고, 식사는 개밥보다 못한 죽이 전부였습니다. 실적을 채우지 못하면 가혹한 체벌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민수 씨의 옆자리에 앉아 있던 20대 초반의 청년이 실적을 못 채웠다는 이유로 관리자들에게 끌려갔습니다. 사무실 구석에서 들려오는 비명과 타격음, 그리고 살려달라는 애원 소리에도 누구 하나 고개를 돌리지 못했습니다.
공포가 인간의 존엄성을 마비시킨 것입니다.
민수 씨는 살기 위해, 맞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사기를 쳤습니다. 화면 속 상대방이 "정말 고마워요, 덕분에 희망을 얻었어요"라고 말할 때마다 민수 씨의 영혼은 조금씩 파괴되어 갔습니다. 피해자가 전세 보증금을 날리고 자살을 암시하는 메시지를 보냈을 때, 민수 씨는 화장실에서 입을 틀어막고 오열했습니다. 하지만 그 눈물조차 사치였습니다.
관리자는 "감성 팔이 하지 마. 네가 안 하면 네가 죽어"라며 전기 충격기를 들이댔습니다.
탈출, 목숨을 건 질주
지옥 같은 6개월이 지났습니다.
민수 씨는 앙상하게 뼈만 남았고, 눈빛은 초점을 잃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기적 같은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현지 경찰의 단속 정보를 입수한 조직이 급하게 건물을 옮기기로 한 것입니다.
이사 과정 어수선한 틈을 타, 민수 씨는 같은 방을 쓰던 형과 눈빛을 교환했습니다.
"지금이야."
트럭 짐칸 덮개가 느슨한 틈을 타 두 사람은 달리는 차에서 뛰어내렸습니다. 흙바닥에 구르며 온몸이 찢어지는 고통이 느껴졌지만, 뒤를 돌아볼 겨를이 없었습니다.
신발이 벗겨진 채 맨발로 정글과 진흙탕을 달리고 또 달렸습니다. 뒤에서 오토바이 소리가 들릴 때마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아 풀숲에 숨어 숨을 죽였습니다.
며칠을 굶으며 걷다 만난 현지인의 도움으로 간신히 대사관에 연락이 닿았습니다. 대사관 직원을 만났을 때, 민수 씨는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살았다..."
그 한마디를 내뱉고는 정신을 잃었습니다.
돌아온 고향, 그러나 끝나지 않은 악몽
우여곡절 끝에 한국 땅을 밟았지만, 민수 씨를 기다리는 건 감동적인 재회가 아닌 또 다른 현실의 벽이었습니다. 공항에는 경찰이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피해자였지만, 동시에 수많은 사람을 속여 돈을 뜯어낸 사기 범죄의 가담자이기도 했습니다.
긴 수사 과정이 이어졌습니다.
감금과 협박에 의한 강제적인 행위였음이 참작되긴 했지만, 그가 범죄에 가담했다는 사실 자체는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피해자들의 고소장이 날아들었고, 민수 씨는 참고인 조사를 받으며 매일같이 경찰서를 드나들어야 했습니다.
더 끔찍한 것은 트라우마였습니다. 밤마다 전기 충격기의 지지직거리는 소리가 환청으로 들려 잠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누군가 큰 소리를 내거나 손을 들어 올리기만 해도 소스라치게 놀라 몸을 웅크렸습니다.
엘리베이터 같은 밀폐된 공간에는 들어갈 수도 없게 되었습니다.
가족들의 삶도 무너졌습니다. 아들을 구하기 위해 브로커에게 보냈던 돈 때문에 부모님은 노후 자금을 모두 날리고 빚더미에 앉았습니다. 동네에는 "민수가 외국 가서 보이스피싱 하다가 잡혀왔대"라는 소문이 돌았고, 부모님은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고 다녀야 했습니다.
벼랑 끝에서 보내는 편지
현재 민수 씨는 30대가 되었지만, 여전히 제대로 된 직장을 갖지 못했습니다. 범죄 연루 기록과 심각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로 인해 사회생활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입니다. 그는 하루하루 일용직을 전전하며 약물치료로 버티고 있습니다. 고수익이라는 단어에 홀려 클릭 한 번 잘못한 대가는 그의 20대 전체와 미래를 앗아갔습니다.
민수 씨는 가끔 인터넷 커뮤니티에 접속합니다. 그리고 여전히 올라오는 '해외 고수익 알바', '동남아 마케팅직 모집' 글을 봅니다. 그 글 밑에는 "지원해보고 싶네요", "쪽지 드렸습니다"라는 사회 초년생들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댓글을 씁니다.
"제발 가지 마세요. 세상에 노력 없이 큰돈을 벌 수 있는 일은 없습니다. 그 비행기를 타는 순간, 당신의 인생은 끝납니다. 부디 저처럼 되지 마세요."
하지만 그의 댓글은 '알바 방해하지 마라'는 조롱 섞인 답글에 묻혀 금세 사라집니다. 민수 씨는 모니터를 끄고 어두운 방 안에 홀로 앉아 생각합니다.
그날 밤, 그 광고를 보지 않았더라면, 그저 편의점 알바라도 하며 성실하게 살았더라면, 지금쯤 평범한 직장인이 되어 부모님과 따뜻한 저녁밥을 먹을 수 있었을까 하고 말입니다.
당신의 청춘을 노리는 검은 덫
여러분, 이 이야기는 먼 나라의 남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취업난과 경제적 어려움에 지친 청년들의 절박함을 노리는 범죄는 날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습니다.
'고수익', '해외 취업', '왕복 항공권 제공', '초보 가능'. 이 달콤한 단어들의 조합 뒤에는 차가운 철창과 폭력이 기다리고 있을 수 있습니다. 정식 비자 발급 절차 없이 관광 비자로 입국을 유도하거나, 텔레그램 같은 보안 메신저로만 소통하려는 회사는 99.9% 범죄 조직입니다.
지금 힘든 시기를 보내고 계신가요? 남들보다 뒤처진 것 같아 조급하신가요? 그렇더라도, 자신을 위험한 도박판에 던지지 마십시오.
당신은 그 자체로 소중하며, 어떤 고수익보다 당신의 안전과 평범한 일상이 더 가치 있습니다.
부디 이 글이 누군가의 잘못된 선택을 막는 브레이크가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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