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망해서 컵라면 먹던 30대, '비누 거품' 하나로 인생 역전하다
"사장님, 이번 포도는 껍질이 안 씹히고 겉돌아요." 직거래 고객에게 이런 문자를 받아보신 적 있으신가요? 샤인머스킷이 국민 과일로 등극할 수 있었던 1등 공신은 바로 '껍질째 먹는 편리함'과 '아삭한 식감'입니다. 하지만 최근 재배 면적이 급증하면서 껍질이 고무줄처럼 질기거나 두꺼워서 뱉어내야 하는 소위 'B급 샤인'이 시장 물을 흐리고 있습니다. 과피가 두꺼워지는 것은 품종 탓이 아닙니다. 그것은 나무가 생육 기간 동안 겪은 스트레스의 나이테와도 같습니다. 물 관리 실패, 비료의 불균형, 그리고 욕심이 빚어낸 호르몬 오남용이 껍질을 갑옷처럼 단단하게 만듭니다. 오늘은 소비자가 감탄하는 '얇고 아삭한 껍질'을 만들기 위해 농부가 반드시 알아야 할 생리학적 원인과 시기별 예방 대책을 아주 상세하게 정리해 드립니다.
식물학적으로 껍질(과피)이 두꺼워지는 현상은 자기 방어 기제의 일종입니다. 포도나무가 외부 환경으로부터 위협을 느끼면, 내부의 씨앗(또는 과육)을 보호하기 위해 세포벽을 단단하게 만듭니다. 이를 목질화(Lignification) 혹은 큐티클 층의 발달이라고 합니다.
즉, 껍질이 질기다는 것은 나무가 재배 기간 동안 "나 지금 힘들어, 나를 보호해야 해"라고 비명을 지른 결과물입니다. 따라서 얇은 껍질을 만들기 위한 대원칙은 나무를 편안하게(Stress-free) 해주는 것입니다.
껍질 두께를 결정하는 가장 결정적인 요인은 물입니다. 샤인머스킷 껍질 세포는 수분이 충분할 때 부드럽게 팽창하지만, 수분이 부족하면 성장을 멈추고 굳어버립니다.
토양을 바짝 말렸다가 한 번에 물을 흠뻑 주는 방식은 최악입니다. 건조한 상태에서 껍질은 굳어버리는데(경화), 갑자기 물이 들어오면 과육이 팽창합니다. 이때 껍질은 터지지 않기 위해(열과 방지) 비정상적으로 세포벽을 두껍게 강화합니다. 이 과정이 반복될수록 껍질은 가죽처럼 질겨집니다.
당도를 높이겠다고 수확 1개월 전부터 물을 완전히 끊는 농가들이 있습니다. 수분이 빠져나간 껍질은 탄력을 잃고 질겨지며, 식감이 퍽퍽해집니다. 포도 알 내부의 팽압(Turgor Pressure)이 유지되어야 껍질이 팽팽하고 얇게 느껴집니다.
"알을 크게 키우고 싶다"는 욕심에 질소 비료를 쏟아부으면 껍질은 100% 두꺼워집니다. 질소(N)는 나무의 덩치를 키우는 성분입니다. 질소가 과잉되면 나무는 열매를 익히는 '생식 생장'보다는 가지와 잎을 키우는 '영양 생장'에 에너지를 쏟습니다.
이 과정에서 과피 세포의 성숙이 지연됩니다. 정상적인 성숙 과정에서는 껍질의 펙틴(Pectin) 성분이 분해되면서 부드러워져야 하는데, 질소 과다로 나무가 계속 성장 모드에 있으면 껍질은 계속 단단한 상태를 유지합니다. 또한 질소는 청태(녹색)를 오래가게 만들어 수확을 지연시키고, 이는 2차적인 껍질 노화를 부릅니다.
샤인머스킷 농사에서 지베렐린(GA)과 더크리/풀메트(CPPU) 처리는 필수입니다. 하지만 이 호르몬제는 세포 분열을 촉진하는 강력한 물질로, 잘못 사용하면 껍질에 치명적입니다.
사람의 피부 탄력을 콜라겐이 담당하듯, 식물 세포벽의 탄력은 칼슘이 담당합니다. 칼슘은 세포와 세포 사이를 결합하는 '펙틴산 칼슘' 형태로 존재하여 껍질을 얇으면서도 튼튼하게 잡아줍니다.
칼슘이 부족하면 세포벽 구조가 느슨해지고 무너집니다. 나무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껍질에 섬유질을 덧대어 두껍게 만듭니다. 칼슘은 식물 체내 이동이 매우 느린 영양소이므로, 뿌리로만 공급해서는 과실까지 도달하기 어렵습니다. 비대기 동안 껍질에 직접 닿도록 엽면 시비를 해주지 않으면 껍질 품질이 저하될 수 있습니다.
최근 여름철 기온이 35도를 넘나드는 폭염이 지속되면서 환경적 요인에 의한 껍질 경화가 늘고 있습니다. 포도송이가 강한 직사광선에 그대로 노출되면, 포도는 화상(일소)을 입지 않기 위해 껍질에 큐티클 층을 두껍게 쌓습니다.
마치 사람이 뜨거운 태양 아래서 피부를 보호하려고 멜라닌 색소를 만들어 피부가 검고 두꺼워지는 것과 같습니다. 특히 하우스 내부 습도가 낮고(건조) 온도가 높으면 증산 작용이 과해지면서 과피의 수분을 뺏기게 되고, 이는 곧바로 껍질의 경화로 이어집니다.
가장 안타까운 원인은 욕심입니다. 샤인머스킷은 나무에 오래 달아둘수록 당도가 올라갑니다. 하지만 모든 생물은 정점을 찍으면 노화합니다.
수확 적기를 지나치게 넘겨 11월까지 나무에 달아두면, 과피 조직은 노화되어 수분이 빠지고 질겨집니다. 18~20브릭스 사이가 식감과 당도의 밸런스가 가장 좋은데, 23브릭스 이상을 고집하다 보면 '설탕물처럼 달지만 껍질은 비닐 같은' 포도가 되어버립니다. 적기 수확은 맛뿐만 아니라 식감을 지키는 골든타임입니다.
원인을 알았으니 이제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껍질 얇은 샤인머스킷을 만들기 위한 시기별 핵심 관리법입니다.
샤인머스킷 껍질이 두꺼워지는 문제는 어느 한 가지 특효약으로 해결할 수 없습니다. 물, 비료, 환경, 호르몬, 그리고 수확 타이밍까지 농사의 전 과정이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껍질 얇은 명품 포도가 탄생합니다.
나무를 스트레스 주지 않고 편안하게 해주는 것, 욕심을 버리고 기본 원칙을 지키는 것. 이것이 바로 아삭하고 맛있는 샤인머스킷을 만드는 최고의 비결입니다. 올해는 껍질 두께까지 관리하는 '디테일 농법'으로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진정한 샤인머스킷 장인이 되시길 응원합니다.
※ 본 가이드는 농촌진흥청 영농 기술 및 현장 전문가들의 자문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각 농가의 토양 및 기후 환경에 따라 세부적인 적용 방법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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